[신기술] 포스텍 임근배 교수팀, 태양광·전기 기반 나노전기수력학적 여과 시스템 개발
태양광·전기 기반 ‘나노전기수력학적 여과’로 초미세 오염 입자 제거
고압·막 없이 중력만으로 작동하는 고효율 친환경 정수 기술
전 세계적으로 안전한 식수 접근성은 점차 개선되고 있지만, 인류의 약 4분의 1은 아직도 심각한 물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기후변화와 산업화의 가속화로 인해 수자원이 빠르게 오염되고 있지만 이를 처리할 정수 시설은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시설이 부족한 일부 지역에서는 오염된 물을 정화할 방법조차 없어 그대로 마시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최근들어 ‘막(Membrane)’을 이용한 정수 시스템이 사용되고 있지만, 이 방식은 기본적으로 고압 펌프가 있어야 하는 구조다. 여기에 많은 전력을 요구한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한다. 무엇보다 시간이 지나면 막이 막혀 전체 정수 효율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문제가 나타난다.
이러한 가운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총장 김성근) 연구팀이 복잡한 장비와 고압 펌프 없이도 작동하는 새로운 정수 기술을 구현했다. 이 기술은 태양광과 전기만으로 구동되도록 설계돼, 물이 부족하거나 수질 오염이 심각한 지역의 식수 문제를 해결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POSTECH 기계공학과 임근배 교수와 최운재 박사과정생으로 구성된 연구팀은 이번 기술이 ‘나노전기수력학적 여과(Nanoelectrokinetic Filtration)’ 원리를 적용한 막이 필요 없는 전기 기반 정수 시스템이라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셀룰로오스 스펀지와 면섬유로 만든 친환경 다공성 구조체에 특수 코팅을 입혀, 물이 통과할 때 내부에 자체적으로 전기장이 집중되도록 설계했다.
그 후 전기장을 이용해 미세플라스틱을 비롯한 수 ㎛(마이크로미터)에서부터 10㎚(나노미터) 이하 크기의 물속 미세 입자들을 효과적으로 밀어낸다. 이번 연구 결과는 11월 14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어드벤스드 사이언스(Advanced Science)』 온라인판에 게재됐다.
그림 1. 태양광 패널로부터 생성된 전력을 통해 전기수력학적 현상을 이용하여 초미세입자를 제거하는 시스템 모식도
기존 나노여과(Nanofiltration)나 한외여과(Ultrafiltration) 시스템은 수십에서 수백 kPa(킬로파스칼)에 이르는 고압 펌프가 필요한 반면 이 시스템은 1kPa 이하의 낮은 압력인 중력만으로도 작동한다. 그럼에도 단위면적(㎡) 및 시간당 400L(리터) 이상의 높은 처리량을 유지하며 머리카락 굵기의 1만분의 1인 10㎚이하 초미세 입자들까지 99% 이상 제거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점은 유지와 재사용이 매우 용이하다는 점이다. 이 시스템은 세척만으로도 성능이 회복되기 때문에 20회 이상 재사용이 가능하다. 여기에 외부 전원 없이 태양광 충전 배터리만으로 작동할 수 있어 유지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다는 점도 큰 장점으로 꼽힌다.
임근배 교수는 “실험실 수준에 머물렀던 나노전기수력학 현상을 실제 시스템으로 확장하는 데 성공했다”며 “태양광 기반의 단순하고 효율적인 정수 기술은 물부족 지역의 식수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이번 기술은 식수를 정화하는 것뿐 아니라 바이오의약품 생산 과정에서의 입자 분리, 반도체 공정용 초순수 생산 등 초미세 오염 제어가 필요한 산업 전반에도 실질적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워터저널』 2025년 12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