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POSTECH, 날씨 영향 없는 해수담수화 기술 개발
태양열·전기열 결합으로 빠른 증발과 에너지 효율 동시에 확보
고내구성 유리질 탄소 스펀지 적용으로 사막·해안 등 물부족 지역 활용 기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는 표면의 70%가 바다이지만, 마실 수 있는 담수는 전체의 2.5%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대부분이 빙하나 지하수 형태로 존재해 실제로 인류가 접근할 수 있는 물의 양은 극히 제한적이다. 기후변화로 가뭄이 장기화되고, 산업화로 인한 수질오염이 심화되면서 깨끗한 물은 더 이상 당연한 자원이 아니다. 이 때문에 바닷물을 식수로 바꾸는 담수화 기술은 인류가 직면한 핵심 과제 중 하나다.
최근에는 햇빛을 이용해 물의 표면만 국소적으로 가열해 물을 증발시켜 담수를 얻는 계면증발(Interfacial Steam Generation, ISG)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물과 공기 계면의 물 분자만을 가열하는 특성 탓에 증발 성능이 우수하여 활발히 연구되고 있지만, 날씨와 낮과 밤의 변화에 따라 성능이 크게 달라지는 한계가 있었다. 이러한 가운데 포항공과대학교(POSTECH, 총장 김성근) 연구팀이 전기와 스펀지를 활용해 바닷물을 식수로 전환하는 새로운 기술을 개발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POSTECH 기계공학과 이상준 교수와 미래기계기술 프론티어 리더 양성 교육연구단 히긴스 윌슨(Higgins Wilson) 박사 연구팀은 낮과 밤, 날씨에 상관없이 바닷물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담수화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10월 14일 밝혔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 학술지 『커뮤니케이션즈 엔지니어링(Communications Engineering)』에 게재됐다. 이 기술은전 세계적인 물부족 문제 해결에 실질적인 해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림 1. 태양광-줄(Joule) 가열 시너지 기반의 계면 증발기의 개략도

연구팀은 태양열 계면증발 기술에 5V(볼트) 이하의 낮은 전압의 전기를 이용한 줄(Joule) 가열 방식을 결합했다. 이는 전기가 흐를 때 발생하는 열을 이용하는 방법으로, 전기장판이 따뜻해지는 것과 같은 개념이다. 태양열과 전기열을 동시에 사용하면 낮에는 두 가지 에너지를 모두 활용하고, 밤에는 전기만으로도 작동해 하루 24시간 내내 안정적으로 담수를 생산할 수 있다.
핵심은 빠른 증발과 함께 높은 내구성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는 소재에 있다. 연구팀은 구멍이 촘촘한 수세미 구조의 유리질 탄소 스펀지(Glassy Carbon Foam)를 활용해 물과 공기의 접촉면을 극대화했다. 이 소재는 가볍고 튼튼하며, 고온에서도 구조 변형이 거의 없어 안정적이다. 또한 티올(Thiol)이라는 화학물질로 처리해 물 흡수력을 높이고 전기저항을 약 0.75Ω(옴)까지 낮춰 전기가 잘 흐르도록 했다. 이로써 증발 속도와 에너지 효율을 동시에 향상시켰다.
연구팀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안전성과 실용성을 모두 잡았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날씨나 일조량에 좌우되지 않고 일정한 성능을 유지해 사막이나 해안 지역 등 물부족 지역에서도 효과적으로 운용할 수 있다. 또, 빠른 고온 가열이 가능해 살균이나 공기 중 수증기를 포집해 식수로 전환하는 기술에도 응용할 수 있다.
해당 연구팀은 앞으로 대형 모듈화 시스템을 제작해 실외 테스트를 진행하고, 상용화 단계에서도 효율과 안전성을 검증할 계획이다. 장기간 운용 실험을 통해 부식, 염분 결정, 미세먼지 등 환경 요인에 대한 내구성 평가도 병행한다. 특히 재생에너지와 결합해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한 독립형 담수화 장비로 발전시킨다는 구상이다. 연구진은 이 기술이 장기적으로는 해수담수화 플랜트뿐 아니라 선박, 해양플랫폼, 재난 대응 장비 등 다양한 현장에 적용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연구를 이끈 이상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계면 증발식 담수화가 직면한 성능 한계를 뛰어넘은 혁신”이라며, “급속 고온 가열 전략은 담수화뿐만 아니라 살균이나 물 수확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한국연구재단 과학기술분야 기초연구사업(중견연구) 지원으로 수행됐다.
[『워터저널』 2025년 11월호에 게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