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스모그로 인해 생에너지·소비재 호황, 물류·제조업 울상

 

 

 ▲3일 중국 중앙기상대는 수도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성 수도권 지역, 산둥성 등 지역에 올해 첫 안개 적색경보를 발령했다. 사진은 이날 안후이성 허페이 시내의 모습. 대낮인데도 오토바이와 자동차들이 헤드라이트를 켜고 운행하고 있다.【사진=신화/뉴시스】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스모그가 연초까지 이어지며 중국은 ‘뿌옇게’ 2017년을 맞았다.

중국 환경보호부는 수도권 지역인 허베이성 스자좡, 산둥성 지난, 산시성 시안 등 26개 도시에 최고등급인 스모그 적색경보를 내렸고 베이징, 톈진 등 주요 도시에도 적색 바로 아래 단계인 주황색 경보를 발령했다. 사상 최장인 212시간의 적색경보가 끝난 지 며칠 지나지 않은 지난 17일에는 중국 수도권과 둥베이 지방에 올겨울 8번째로 ‘심각한 수준(重度)’ 이상의 스모그가 발생했다.

최근 몇 년간 중국 정부는 ‘스모그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각종 대책을 내놓았지만 눈에 띄는 성과는 보이지 않고 있다. 중국이 다른 국가보다 스모그 문제가 심각한 것은 석탄 때문이다. 중국은 석탄을 주 에너지원으로 사용한다. 겨울에 난방 사용량이 급증, 스모그가 심해지는 것이다.

스모그는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스모그를 피해 여행을 가는 사람들이 늘어나 관광업계가 때 이른 특수를 맞았고 생산중지 명령을 받은 제조업체들은 울상을 짓고 있다.

◇ 원자력발전산업·소비재·관광 호황

 

중국 정부는 스모그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소비가 많은 중화학 공업의 비중을 줄이고 있다. 대신 태양광, 풍력, 원자력 등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고 있다. 재생에너지 관련 산업의 발전이 주목되는 이유다.

현재 중국은 약 20개의 원전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원전을 2020년까지 현재의 3배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외에도 수력발전, 풍력, 태양에너지 등의 에너지 발전 프로젝트도 추진할 계획이다. 따라서 원자력 발전사업의 투자와 개발이 급속히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

신재생에너지 부분에서도 자동차 부문의 투자가 확대되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2014년 기준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판매량은 전년대비 320% 증가한 7만4천763대, 총 생산량은 350% 증가한 7만8천499대를 기록했다. 환경오염을 줄이기 위해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보급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올해까지 신재생에너지 자동차를 구매할 경우 세금을 면제해주고 18만 위안(약 3천150만 원) 이하의 전기차 구입 시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또한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매년 전기차 연구개발에 약 1천억 위안(약 17조5천억 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으며 2020년까지 신재생에너지 자동차 500만 대 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베이징시는 에너지자동차를 구매하는 고객에게 자동차 취득세 감면, 전기자동차 진입규제 철회, 정부보조금 지급 등의 지원책을 펴는 한편 일반 자동차의 경우 번호판 추첨제를 엄격히 진행하고 있다.

마스크, 공기청정기와 같은 소비재의 산업도 크게 성장하고 있다. 중국 가전시장 전문조사기관 <중이캉(中怡康)>의 자료에 의하면 중국 내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013년 240만 대였던 공기청정기 판매량은 2015년 514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며 2년 만에 2배 이상의 성장을 기록했다. 중이캉은 “2014~2020년 공기청정기 시장은 연평균 48%의 신장률을 유지할 것”이라고 전했다. 최근 쑤닝 베이징 본부는 베이징 일대에서 공기청정기가 1일 평균 600대 가량 팔리고 있다는 보고서를 내놓기도 했다.

방진마스크는 중국의 생활필수품이 됐다. <알리건강보고서>에선 적색경보가 내려졌을 때의 마스크 판매량이 맑은 날의 마스크 판매량보다 9.3배 높다는 것이 밝혀졌다. 이는 주황색 경보발령기간 판매량보다도 3배 이상의 넘는 숫자다. 스모그 공포가 커지며 미세먼지를 차단해주는 마스크의 수요는 급증하고 있으며, 환경오염이 주는 불안함은 방진 마스크 매출 추이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주요도시를 중심으로 ‘스모그 엑소더스’ 현상이 일어나며 관광업계도 호황을 맞고 있다. 중국 온라인 여행사 씨트립에서는 베이징 시민을 위해 선보인 ‘스모그 건너뛰기’라는 패키지 여행상품 매출이 관광 비수기에도 불구하고 20% 증가했다고 밝혔고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주, 푸켓 등의 해외 여행지와 하이난과 같은 국내 여행지가 올 겨울 주요 여행지로 떠올랐다. 스모그를 피해 깨끗한 자연환경에서 휴일을 보내는 사람이 늘어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씨트립의 ‘스모그 탈출 여행 순위’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3개월간 ‘스모그 탈출’, ‘폐 정화’, ‘숲’이라는 키워드 검색이 약 3배정도 늘었다. 중국 국가여유국 관계자는 “새해 연휴기간 스모그의 직접적인 피해를 입은 북부 지역 사람들이 공기가 맑고 기후가 온난한 지역을 찾아 대거 이동했다”면서 “쿤밍, 항저우, 하이커우 등이 가장 각광받았다”고 전했다.

몇 년 전 한 캐나다인이 로키산맥의 청정공기를 캔에 담아 중국에 판매한 것이 이슈가 되기도 했다. 청정공기 캔의 초기 수출량 500캔은 나흘 만에 매진됐고 2차로 수출한 4000여 캔 역시 금방 매진됐다. 심각한 스모그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 테마 상품이 큰 인기를 끌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 물류, 제조업계엔 직격탄

스모그로 물류, 제조업계가 직격탄을 맞고 있다. 1월 4일엔 중국 동북부 지역의 스모그가 심해지며 톈진공항의 가시거리가 0m를 기록했다. 중국 전역의 주요공항도 마찬가지다. 민항기 센터는 “베이징 서우두공항의 일부 활주로가 100m, 허베이성 스자좡공항은 150m, 허난성 정저우공항은 50m를 기록할 것”이라고 예보하기도 했다.

베이징 주변의 고속도로도 폐쇄됐다. 가시거리가 확보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중국 공항, 고속도로가 마비되자 중국 각지에선 택배 대란이 일어났다. 연말 쇼핑 시즌의 택배가 제때 배달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며 스모그로 영향으로 배송되지 못한 택배만 최소 4천~5천만 개인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택배업체 SF익스프레스와 온라인 쇼핑몰 타오바오 등은 스모그로 베이징과 톈진, 허베이 등 중국 동북부 지역은 배송이 최대 2일 지연될 수 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제조업체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스모그의 주요 원인이 공장의 매연으로 꼽히며 정부에서 공장 생산 중단을 지시했다. <봉황망>에 따르면 쩌우청시는 스모그 적색경보가 켜지자 석탄으로 가동되는 화력발전소 7곳의 발전량을 2/3까지 줄이라고 지시했고 베이징 옌징맥주 공장과 산둥 제지 공장 또한 생산량을 기존의 60%까지 줄이라는 명령을 받았다. 최용민 한국무역협회 북경지부장은 “북경 근교에 있는 업체들이 공장이전을 요구받거나 공장가동을 멈추라는 요구를 받는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타임즈>의 보도에 의하면 허베이성의 이싱방적은 지난해 12월 약 20일 동안 공장 가동을 중단하며 이싱방적의 노동자 200여 명도 일시 휴업에 들어갔다. 중국 쓰촨성에선 일시휴업 267개 공장, 생산제한 171개가 발생했고 산둥지역에선 일시휴업 1천767개, 생산제한 1천399업체가 발생했다. 중국 중앙CCTV는 철강 생산지인 랴오닝성, 허베이성의 일부 공장은 약 한 달간 생산을 중단해 철강 생산업체 신강집단의 하루 손실액만 300만 위안(약 5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외에도 제약, 유리 제조업체들도 공장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스모그의 영향이 얼마나 지속될지 예상할 수 없다고 전망한다. 스모그가 환경오염 문제기 때문에 단기간에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최 지부장은 업무상 중국을 오가는 사람들에게 “비행기와 고속도로 등 교통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니 약속을 여유 있게 하고 마스크를 출장일수에 맞춰 준비하면서 물을 자주 마실 것을 권고한다”고 전했다.

 

[출처 = 한국무역협회(www.kita.net)/ 2017년 1월 23일]